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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병통의 극복

 

(1) 10 병통


① 있다 없다로 이해하지 말라. 
② 이치로 이해하지 말라. 이치로 모색하는 마음 길이 끊어져야 한다. 어떤 도리나 개념의 맛도 사라진 상태가 화두의 본래자리이다.
③ 분별의식으로 헤아리거나 알아맞히려 하지 말라.
④ 눈썹을 움직이거나 눈을 깜박거리는 것(어떤 동작이나 미세한 마음 움직임)에 알음알이를 두지 말라.
⑤ 말과 글의 틀로 살림살이를 짓지 말라
⑥ 아무일 없는 속에 빠져있지 마라. 고요한 곳에서 화두를 들지 않고 우두커니 앉아있으면 이것도 병통이다.
⑦ 화두를 들어 일으키는 곳을 향하여 알려고 말라. 
⑧ 문자를 끌어와 증거삼지 말라.
⑨ 유무를 초월한 참된 무가 있다는 생각을 짓지말라.
⑩ 마음을 가지고 깨달음을 기다리지 말라. 이를 待悟禪이라 한는데 이는 본디 부처임을 부정하는 것이다. 부처님께서도 깨닫고자 하는 그 마음이 고통을 준다고 하셨다. 대혜선사도 단지 깨달아 들어가고자 하는 그것도 도를 장애하는 알음알이라고 하였다. 


(2) 속효심과 분발심

 빨리 깨쳐야 겠다는 욕심이 앞선 마음을 速效心이라 하는데, 이는 상기병을 유발하기도 하고 성급한 마음만 키워 신경을 날카롭게 만든다. 이런 속효심이 생길수록 마음을 담담하게 가져 화두만 분명하고 간절하게 챙겨야 한다. 속효심을 내는 근본원인은 바른 발심이 되지 않았기 때문이며, 깨침으로써 무엇을 성취하고자 하는 마음이 있기 때문에 속효심으로는 결코 깨달을 수 없다. 대혜선사는 잠깐이라도 속효심을 내면 영원히 깨달을 수 없다고 경계하셨다.
 화두가 안되는 사람이나 화두에 진척이 없는 사람은 憤發心을 내야한다. 공부가 안될때 분심도 내고, 스스로 부끄러워도 하고, 억울한 마음도 내야한다. 스스로가 부처인데 나는 왜 그 자리를 찾지 못할까? 불조사들이 찾은 그 자리를 왜 나는 못찾는가 하고 분한 마음을 절실하게 품어야 하는 것이다. 
 정견과 진정한 원력을 세워 공부하는 것이 분발심이고, 빨리 깨닫고자 하는 욕심이 앞서면 속효심이다. 혼미함속에 방황하는 스스로에 대해 분한 마음을 일으켜 간절하게 화두에 사무쳐 들어가는 것이 분발심이기에 마음이 확고부동하여 화두를 드는데 빈틈이 없다. 반면 발심이 제대로 안된 상태에서 급한마음으로 서둘러 공부를 지어가면 병을 일으켜 공부에 장애를 가져오니 결코 속효심을 내서는 안된다. 


(3) 上氣 다스리는 법

 기운과 열기가 머리로 오르는 것을 상기라 하는데 이는 발심이 안된 상태에서 화두를 급히 든다든가, 과격하게 억지로 든다든가, 밀어붙이듣이 육단심(肉團心)으로 들면 상기가 일어나 머리가 빠개질 듯 아프게 된다. 이는 화두에 진정한 의심을 내지 않고 억지로 화두를 들거나 성급한 마음 때문이다. 상기병은 현대의학으로 고칠수 없는 치명적인 병이다. 만약 화두를 하다 상기가 되어 몸이 화끈화끈해지면 바깥으로 나가 바람을 쐬면서 마음을 쉬고 가다듬어 살며시 화두를 들어야 한다. 그래도 상기가 가시지 않으면, 새벽시간에 호흡법을 통하여 상기를 내리는 것도 수승화강에 도움이 된다. 이때 호흡법 같은 기술적인 방법으로 상기를 다스리면 곁가지로 빠질 우려가 있다.
 상기병에 걸리게 되면 다시 바른 발심을 통해 가슴에서 우러나오는 진정한 의심이 일어나도록 발원해야 한다. 그렇게 하면 다시 화두가 현전하게 되는데, 화두를 급하지도 느리지도 않게 오래 참구하다 보면 진정한 定力이 자연스레 현전하고 열기가 사라진다. 그러나 상기병이 악화되어 화두를 들수 없는 경우에는 절 수행으로 상기병을 고칠수 있다. 증상이 아주 심할때는 선지식이나 구참수행자의 도움이 필요하다. 무엇보다도 상기병에 걸리지 않도록 진정한 발심으로 자연스럽게 화두 공부를 지어가는 것이 중요하다.

(4) 혼침과 도거

 혼침과 도거에 시달리는 것은 나태한 마음과 망상 때문이며, 정신이 오롯이 깨어있지 못하기 때문이다. 
생각이 일어나고 사라지는 것을 생사라한다. 이 생사에 부딪혀 힘을 다해 화두를 들라. 화두가 순일하게 들리면 일어남 사라짐이 없어질 것이고, 일어남 사라짐이 없어진 것을 고요라 한다. 고요함 가운데 화두가 없으면 無記라 하고, 고요함 가운데서도 화두가 살아있는 것을 신령한 지혜라고 한다. 이 텅빈 고요와 신령한 지혜가 허물어지거나 뒤섞이게 하지 말 것이니 이렇게 공부하면 멀지 않아 깨달을 것이다. 몸과 마음이 화두와 한 덩어리가 되면 기대고 의지할 것이 없어지고 마음이 갈 곳도 없어질 것이다. -태고화상어록-
 마음이 성성하지 못하여 몽롱한 혼침이 심하면 수마(睡魔)에 빠지게 된다. 또한 마음이 고요하지 못하고 산란하게 들떠 있는 상태를 도거라 한다. 마음이 오락가락하여 혼란스러운 상태로 번뇌망상 때문에 안정을 찾지 못하는 산란심이 그 구체적인 모습이다.
고요하기만 하고 깨어있지 않으면 혼침에 잠겨있는 것이요 깨어있기만 하고 고요하지 않으면 생각에 얽혀있는 것이다. 깨어있음도 고요함도 아니라면 그것은 다만 생각에 얽혀 있을 뿐만 아니라 혼침에도 빠져있는 것이다.
 혼침과 도거에 빠지는 것은 화두를 제대로 챙기지 못했기 때문이다. 화두를 빈틈없이 참구하면 혼침과 도거가 찾아올 틈이 없다. 혼침은 깨어있음으로 도거는 고요한 마음으로 다스려야 한다. 진정한 의정으로 화두를 들면 마음이 고요해지고 초롱초롱해져 두가지 병통이 저절로 사라진다. 졸음이나 망상이 들어올때 그것이 들어오는 자리에다 정성을 다해 화두를 챙길 뿐 졸음이나 망상을 두려워하거나 싫어하지 말아야 한다. 그 마음이 오히려 졸음과 망상을 키워나가기 때문이다. 
 혼침과 도거 모두 우리 마음자리에서 생겼으며, 이들 또한 불성의 그림자임을 알아 화두를 통해 제자리로 되돌려 놓아야 한다. 
 졸음이 많은 초심자는 음식 종류와 양을 조절하거나 자세를 바르게 하거나 잠자는 시간을 조절하여 이를 극복할 수도 있다. 수행하는 대중끼리 서로 경책해주어야 하며, 졸음이 올때 자리에 일어나 잠시 좌복위에 서서 졸음을 물리치거나, 그래도 안되면 밖으로 나가 몇걸음 천천히 왔다갔다 하면서 졸음을 깬 뒤 맑은 정신으로 자리로 돌아가 다시 정진해야 한다.


(5) 색욕과 수마

색욕과 수마는 목숨이 붙어있는 한 없애기 어려운 본능이다. 성욕없는 중생없고 잠자지 않는 중생 없다고 했다. 불교에서는 이성과 잠에 대한 욕망이 해탈의 걸림돌 가운데 하나로 보고 있다. 색욕과 수마는 이생에 반드시 성불하겠다는 굳건한 원으로 극복해 나가야 한다.

■ 수마 다스리기

 수마가 올때는 마땅이 이것이 무슨 경계인지 알아차려야 한다. 눈꺼풀이 무거워지는 것을 깨닫자마자 정신을 바짝 차려 화두를 한두번 소리내어 챙기도록 하라. 졸음이 물러나거든 하던대로 다시 자리에 앉고 그래도 물러나지 않거든 바로 땅에 내려와 수십걸음 걸으라. 그리하여 눈이 맑아지고 정신이 깨이거든 다시 자리에 앉아 천만번 화두를 돌이켜 보고 끊임없이 채찍질 하라 -몽산화상 법어-

① 수마는 망념에서 온다. 옛조사는 눈감고 참선하는 자를 黑山鬼窟이라 해서 캄캄한 산속의 귀신굴에 앉아 있는것과 같다고 했다. 눈 감으면 마음이 고요하고 정신이 집중되는 듯 하지만 저도 모르게 혼침에 떨어지기 쉽다. 특히 오후나 새벽좌선시 눈 감는 것은 잠을 청하는 것과 같다. 특히 수마가 걷잡을 수 없이 밀어닥쳐오거든 어금니를 굳게 악물고 두눈을 또렷이 뜨며 심호흡을 깊고 느리게 반복해보는 것도 좋다. 이렇게 하면 대개 졸음은 사라진다. 앉아서 졸음이 쫒아지지 않거든 일어서서 온몸에 힘을 주고 나서 앞서와 같이 호흡하는 것도 좋다. 이렇게 하면 사라지지 않는 잠은 없을 것이다.

② 음식을 알맞게 섭취해야 한다. 너무 많이 먹으면 음식을 소화시키느라 신체기관이 쉽게 피로를 느껴 금방 졸음이 밀려온다. 일즙(一汁) 一菜가 선가의 식단이라 했다. 될수있으면 적게 먹고 소욕지족(少欲知足)해야 한다. 식사를 고르게 하지 않으면 필경 마음이 고르지 아니하여 공부가 한결같지 못하게 된다. 그러기에 수행도지경에서는 “수행하는 사람은 몸을 편안하게 하고 체중을 무겁게 해서는 안된다. 음식을 적당히 먹으면 몸이 가벼워지고 졸음이 적으며, 앉고 일어나고 걸을때 숨이 가쁘지 않고, 대변 소변을 적게 보고 자신이 닦는 수행에 있어서도 음욕, 성냄, 어리석음이 엷어진다 하셨다. 

③ 일찍자고 일찍 일어나야한다. 저녁 참선을 오래하고 늦게 일어나는 것은 좋지않다. 저녁 공부시간을 줄이더라도 아침공부시간을 지켜야 하며, 혹 피곤하다고 해서 저녁공부를 건너뛰는 것도 안된다. 피곤한 밤의 삼십분 참선은 다음날 몸과 마음을 가볍게하고 한두시간의 수면을 절약시켜 준다.

④ 허리를 곧게 펴고 바로 코앞에 천길 절벽이 있다고 생각하고 그위에 앉은 듯 좌선한다. 실제로 수마극복을 위해 절벽위에서 좌선하는 수행자도 있다.

⑤ 서로 호되게 경책하며 경책을 하는 사람이나 받는 사람이나 서로 아끼고 고마워하는 마음을 가져야 한다.
 덧붙여 용맹정진과 장좌불와에 대해 이야기 하자면 용맹정진과 장좌불와 중에 조는 것은 앉아서 잠자는 것이지 좌선이 아니다.

■ 색욕 다스리기

 음란하면서 참선하는 것은 모래를 쪄서 밥짓는 것이요, 살생하면서 참선하는 것은 귀막고 소리지르는 것이요, 도둑질하면서 참선하는 것은 새는 그릇이 물 채우는 것이다. - 선가귀감
 색욕을 멀리하지 않고서 참선수행을 제대로 할 수 없다. 색욕에 기울면 마음이 혼란스러워 안정되지 못하고 메울수 없는 갈애에 사로잡히게 된다. 그럼에도 색욕을 끊기가 쉽지 않아서, 많은 경전에서 재물과 색욕을 경계하고 있으며 재물보다도 색욕이 더 큰 병이 됨을 42장경에서는 이렇게 경계한다. “모든 애욕가운데 색욕만한 것이 없다. 색욕은 그 크기가 없다. 그것이 하나뿐이었기에 망정이지, 만일 그와 같은 것이 둘만 있었더라도 이 천하 사람으로 능히 도를 이룰 사람은 한 사람도 없었을 것이다.”
 색욕을 멀리하기 위한 방법으로 무상감(無常感)을 절실히 관하는 방법을 권한다. 색욕이 허망하여, 색욕의 대상은 四大로 흩어지고 먼지로 변하여 사라지는 모습을 떠올려 보면 색욕이 허망한 것임을 분명히 알아차리게 된다. 그러나 화두참선인은 화두로써 이를 극복해야한다. 색욕이 일어나는 바로 그 자리에서 화두를 간절히 들게 되면 색욕은 자취없이 사라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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